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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아동학대에 관하여

작성자
마인드 닥터
작성일
2009.04.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620
내용

아동학대에 관한 글을 부탁 받았을 때 얼마 전에 비디오로 감상한 영화 “메리 라일리”의 내용들이 떠올랐다. 여기에서 여주인공인 메리는 어릴 적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심한 체벌 및 구타 그리고 性的학대를 받아 왔던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었다. 하녀로 있는 집의 주인인 의학박사가 지킬 과 하이드로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상황 설정에서 그를, 아니 이 두 사람을 다 사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릴 적의 괴로웠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학대가 이 여인에게 큰 멍에로서 각인이 되었지만 또한 박사처럼 양면적인 심리를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메리는 왜 박사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더욱 미묘한 것은 박사의 마음의 어두운 저쪽의 그늘로서 억압된 본성인 하이드를 또한 사랑하게 된 것은 왜 일까? 자신이 증오하는 아버지와 하이드가 비슷한 류의 사람이라고 깨달았을 때 아연 스럽고 혼란스럽지 않을까? 과연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메리의 깊은 내면에는 아버지에 대한 상반된 감정이 행여 있지는 않을까? 등등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것들이 있었다. 괴기스럽고 회색 톤의 어둡고 슬픈 사랑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의 내면이 우리가 의식 할 수 있는 것 이외에 인정하기 싫고 이해할 수 없는 마음도 엄연히 우리의 마음의 하나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어처구니없는 성폭행, 특히 아동에 대한 성폭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아닌 버젓한 사회의 정상적 구성원인 사람들이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아에 대한 성적 학대는 정신과 질환 pedophilia 으로 분류되는 정신병적인 행동이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마이클 잭슨 또한 아동에 대한 성추행으로 지탄을 받았지 않은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나기 하였지만.

=아동학대란?
그렇다면 어떠한 것들을 아동 학대라고 할 수 있는가. 부모나 대리 부모가 16세 이하의 소아에게 신체적 손상을 가하는 것으로 소아 학대 child abuse 를 정의할 수 있으며 性的학대도 포함이 된다. 우선 매맞는 아이 증후군 battered child syndrome 이라고 하는 아동에 대한 구타 가 가장 흔하고 문제가 된다.

소아를 학대하는 부모는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구타, 폭행을 한다. 여기에는 자식이 부모의 소유라는 인식도 크게 작용한다. 심한 타박상, 골절, 화상 등 신체적 손상을 가하고 심하면 살해까지도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2000명-4000명의 소아가 소아 학대 및 태만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소아 태만 child neglect 이란 18세 이하의 자녀를 제대로 돌보아주지않고 무시하여 의. 식. 주 해결을 안 해주거나 교육을 시키지 않거나 병이 나도 치료를 받게 해주지않는등 육아를 게을리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소아 태만도 아동 학대에 분명히 포함이 된다.

매를 맞는 아이들이 있음은 구타하는 어른들-부모들이 있다는 것인데, 왜 때리는가?
서양에서는 함부로 아이를 때렸다 간 이웃의 신고로 부모들이 법적인 제재를 받기 일쑤고 또한 귀엽다고 함부로 만졌다가는 아동에 대한 성추행으로 쇠고랑을 차게 된다. 좋게 말하면 인간 존중 정신이 발달한 것인데 이렇게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양에서는 당연한 일일 테지만 유교 정신에 젖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상황과 인식이 다르다.

훈육의 하나로서 체벌이 엄연히 있어 왔고 이를 감히 이웃이나 사회에서 간섭하거나 제재를 가하려 하지 않아 왔다. 내 자식을 잘 되라고 내가 때리는데 왜 간섭하는가, 에는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정말 사랑의 매인지 아니면 학대인지를 판단할 여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정말 어디까지가 훈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체벌이고 어디부터 학대라고 할 수 있는가?

=아동학대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정신과를 하게 된 이후 아이들 문제들을 상담하기 위해서 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부모-대개는 어머니-를 만나 보게 되는데 자신이 아이를 학대하는 것 같다며 스스로 문제를 의뢰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정도가 심각해도 자신이 아이를 학대한다고 인정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아동 학대의 문제로 정신과에 의뢰되는 경우는 살해 등의 법적인 문제가 유발되는 심각한 경우나 부모가 정상적인 정신이 아니라고 보여 지고 이들이 상습적이고 비정상적인 행태의 학대가 자행되어 주위의 신고로 경찰이 개입하였을 때 부모의 정신감정을 위해 내원되는 경우들이다.
이럴 때 부모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의 보호나 양육의 문제가 대두되며 더욱 심각한 문제이고 안쓰러운 경우가 많다.

아동 학대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는 그 가정을 잘 살펴보고 평가할 때만이 가능하고 조정 및 치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즉, 아동 학대는 그 한가지 현상만으로는 우리가 제대로 보기 힘들고 가정의 문제, 가정 폭력의 하나로서 문제를 대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풀기 위해서 아동 학대의 원인들을 생각해 보자.

가해자는? 물론 거의 대개 부모일 것이다. 학대받는 아동이 어릴수록 가해자는 어머니가 많고 아동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가해자는 아버지가 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 조사에서 출생 이후 성장 과정에서 피구타 경험이 있는 학생은 82.2%까지 나타났고 이중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구타를 받고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33%였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지경이다. 단순한 피구타의 경험으로 학대의 잣대를 재려는 것이 지나치다고 한다면 폭력의 역동적인 상황이나 원인을 통해 가늠해 보자.

=학대의 원인들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소아 학대의 원인으로 가해자의 인격 장애,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못 받았을 뿐 아니라 학대를 받았던 과거 경험이 거론되고 있다. 여러 연구에서 가정 폭력, 아동 학대 구사자도 어릴 때 구타당한 경험이 많았다는,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세대간 가정 폭력 전이 가설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에 외국의 연구에서도 피학대 아동의 1/3이 부모로 성장해서도 계속적으로 자녀에게 폭력을 구사하거나 양육에 무관심하고, 1/3은 그렇지 않고, 1/3은 사회적인 스트레스의 영향에 따라 자녀를 학대할 가능성, 취약성이 높다는 결과가 있다. 즉,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고 또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는 잔혹한 행동을 자녀들이 모방하고 강화를 통하여 배운다는 것이다.
아이는 장려되고 바람직한 행동을 배우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증오하는 부모의 행동까지 자신도 모르게 배우게 되는 것이 사람의 복잡한 심리이다. 이렇듯 학대를 받은 아동이 성장해서도 가정 폭력 구사자나 폭력 희생자, 범죄자까지 될 경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동에 대한 가정의 폭력 문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인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학대의 주체가 어머니가 많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린아이의 일차적인 양육의 책임자로서 아이의 옆에 항상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어머니들은 대개 젋고 지능이나 교육 정도나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고 미숙한 성격이고 경제적인 수준이 낮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가정주부들일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엄마 노릇 mothering care을 잘 하는 것임을 모르고 있다. 아버지가 학대를 하는 경우는 역시 인격의 장애,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 학대를 하는 사람, 실직 등의 심각한 사회적 위기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문제로서 볼 수 있는 것은 가정이 위기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말 교육적인 차원에서 부모 자신의 개인감정이 배제된 체벌이 아니라 자신들의 문제와 감정을 아이에게 투사projection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사란 심리적 기제의 하나로서 실상 원인은 자신에게 있는데 마치 남에게 있는 것으로 뒤집어씌우는 것을 말한다. 부모자녀관계뿐 아니라 많은 경우에서 볼 수 있는 투사의 사례들을 보자.

사례1) 부부간에 서로 양보를 하지 않고 불화가 자주 있어 아내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가득차 있을떄 5살난 첫째 아이가 3살된 동생과 놀다가 다퉈서 동생이 울며 시끄러워지면 어머니는 첫째 아이를 나무란다. “너는 어쨰 형으로서 동생에게 양보도 않고 싸우기만 하냐? 왜 의젓하지 못하니?” - 5살된 아이가 의젓하면 얼마나 의젓하고 벌써 시근이 들어 양보를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이 타인의 양보와 관용을 받지 못하고 있어 화가 나 있으니 그 마음이 투사되어 마치 남편에게 따지듯이 철없는 어린아이에게 화를 내고 매까지 들게 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구나 후배들에게 고충을 들어주고 조언을 할떄가 있다. 이럴 경우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례2) 학창시절 즐기기만 하여 성적이 좋지 않아 취업이 힘들어 후회했던 선배는 후배에게 일차도 이차도 공부, 학점관리가 제일 중요하고 나중에 즐기라고 충고한다.

사례3) 부인과 자주 불화가 있는 남편이 그 원인을 자신이 신혼 초에 아내를 꽉 잡지 못한 것에 돌리고 후회하여 막 결혼한 후배에게 여자는 무조건 초반에 질을 들여놓아야 편하다고 열변을 토함.

이러한 마음의 기제( 투사 )가 아이를 구타하는 부모의 심리에 작용할 수 있고 억압과 합리화 그리고 동일화라는 심리 기제 또한 관찰된다.

아동학대란 결국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에서 비롯된 것인데 앞에서 이야기한 부모 자신의 미성숙한 마음이 중요하고 또한 세대간 가정폭력전이설로 설명하였듯이 의사나 감정의 표현 수단으로서 폭력을 자신도 모르게 부모로부터 배워서 이후 자신의 자녀에게 사용하는 악순환이 반복이 되는 것이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향후 자녀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로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아동 학대뿐 아니라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나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들의 경우들에서 이들의 과거력을 역추적하였을떄 꼭 관찰이 되는 것은 어릴 적 부모로부터 학대와 태만, 유기를 당하였던 것이다.

사례) 정신병을 앓게 되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여자 환자로서 그녀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과 인격 장애의 문제가 있어 어릴 때부터 환자 자신이 온갖 궂은일 등을 해야 했고 아버지로부터 학대와 착취를 당해야 했다. 정신증상이 호전되어 회복기에 들어섰을 때 심리극 psychodrama 시간에 스스로 참석하여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해결하고저 무대 위에 올라오곤 했다.
이 환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심리극이 진행되면서 학대받고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신을 중심으로 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강한 증오와 원망을 표현하였다. 계속 여러 번을 나오면서도 그녀는 결코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고 증오감을 버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 장면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그녀는 통곡을 하며 아직도 아버지에게 복수를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먼저 죽어 버린 아버지를 원망하며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억압되어 왔던 감정을 터뜨렸다. 심리극이 끝나고 그녀는 이제 왜 자신이 그렇게 아버지를 미워했는지 알았으며 아버지를 아직 용서할 수 없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Psychodrama는 환자(protagonist)의 자발성이 중요하고 연극의 형식을 취하나 대본은 없이 환자의 연상의 흐름을 쫒아 자연스럽게 나아가고 필요하면 보조 자아(보조 연기자들)의 도음을 받으며 여기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것들을 치료적으로 이용하는 정신과 치료의 한 분야임.)

위의 사례는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부모의 잘못으로 아이가 정신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심리극이란 치료적 환경에서 억압되어 왔던 감정을 통찰함으로서 이해를 통해 어느 정도 풀렸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상기의 다소 극적인 사례와 같지는 않고 이미 고치기 힘든 성격과 성향으로 자신의 깊숙이 자리 잡아 교정하기가 힘들다. 성장하여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였을 때 원인을 안다 하더라도 왜 교정할 수 없을까?

사람의 성격, 인격이 거의 대부분이 형성이 되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데 넓게 본다 하더라도 생후6개월에서 6세경까지, 즉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까지이다. 물론 이후에 사회화가 시작되면서 더 형성이 될 수있고 교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는 미미한 것이고 앞의 중요기간동안에 핵심적이고 삶을 좌우하는 대부분의 중요한 성격이 다 형성이 된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시기에는 아이가 자립할 수 없고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부모가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사례)14세 남자아이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행동떄문에 어머니가 데리고 내원하였다. 모자를 벗겨 보니 듬성듬성 모발이 빠져 흉측하였고 자신도 싫은데 자기도 모르게 머리로 손이 가서 뽑고 통증도 느끼지 못한다고 하였다. 성장 과정을 알아보니 홀어머니를 모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밑으로 남동생이 있는 가정으로 점잖지 못하고 이기적이며 외고집인 할머니가 계셨고 아버지는 이러한 할머니(어머니)가 싫고 정이 없지만 장남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모시면서 부양은 아내에게 다 미루었다.
할머니는 무슨 일이건 간섭을 하여 자신의 뜻은 관철시켜야 직성이 풀렸고 며느리와 손자들에게는 정을 주지 않았으며 이러한 고부간의 갈등에서 아버지는 모른 체 비켜 나와 오히려 무슨 일이건 부인과 상의 없이 독단적이었으므로 부부간의 갈등 또한 심했다. 방2칸의 작은 아파트의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 아내로서 그리고 며느리로서도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한 부인은 이러한 심한 정신적 갈등 상황과 맞벌이까지 하여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 양육에도 알게 모르게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흔히 그렇듯이 학습 부진 등의 이유로 환자는 희생양이 되었는데 주로 아버지가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 한 번씩 환자를 심하게 체벌을 하였고 동생이 보는 앞에서도 그 정도가 심하였고 눈에 띄게 편애를 하였다. 이러니 형보다 공부를 잘하는 동생은 환자-형을 놀리며 무시하게 되었다. 환아는 갈수록 학교 공부에 관심이 없어지고 위축이 되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신감이 없고 질질 따라다니고 환심을 사기 위해서 행동을 하였고 언제부터인가 머리카락을 뽑는 증상도 나타나게 되었다. 어머니 또한 이런 괴상한 행동까지 하는 아이를 식구들처럼 비난하고 야단을 치다가 이것이 다 자기 때문이라는 죄의식이 들면서는 아이가 자신에 대한 애정을 확인받기위해서 어린양으로 사 달라고 하는 것들을 다 사주면서 집안의 문제인 환아를 싸고돌며 편이 갈라지는 가정이 되었다. 고입 시험에 떨어져서 아버지로부터 또 심한 체벌을 받았고 2번 가출을 하였으며 현재 재수를 하고 있으나 진학에 대한 욕심과 의지는 없어 보였다.
진료실에서 고개 숙인 남자였고 기가 죽어 있었으며 자신도 이러한 모발을 뽑는 증상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어머니는 지쳐 보였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소연하였다.

이 사례에서 아이는 정신과 증상까지 있었는데 태만과 학대를 받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부모 자녀 관계의 문제가 단순하지 않고 가족간의 갈등(고부간, 부부간, 형제간),아이를 주눅 들게 하는 가정 분위기, 형제 순위 등의 가정 문제와 깊이 결부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례에서 치료자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부모의 참여를 부탁하였으나 아버지의 비협조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아이보다는 부모가 치료를 받고 교정이 되어야 하는 사례였으며(대부분의 경우처럼) 심각한 것은 너무 늦게 도움을 청하였기 때문에 치료의 효과가 한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우리들은 어떤가? 과거 戰前세대, 지금 5-60대 부모님들이야 살아남는다는 자체가 절박한 시대를 살았으니 당신들의 양육 태도가 좋은지, 나쁜지를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요즈음의 부모들은 자녀수도 적게 가지고 여유가 있고 너도나도 지나칠 정도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하나 과연 제대로 부모 자녀 관계를 형성하는지 의문이다. 지능 발육에 좋은 음식이니 영재 교육이니 하며 남들을 쫒아서 자녀들을 채근하지만 정말 어떻게 해야 올바로 키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많고 사회적인 연구도 거의 없다. 평등과 순서(예절)를 구분 못하고 채근과 훈계를 착각하기 일쑤이다.

심각한 정도는 단적으로 요즈음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등에서 행동 장애(비행 청소년 등이 예)를 보이는 아이들이 많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어느 시기보다 아동의 정신 질환이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부모 자녀 문제에서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는 미미하며 양측의 주파수를 제대로 잘 맞추는데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요인들은 다시 강조하지만 거의 부모 측에 있다. 심각한 아동 학대가 아니지만 아동 태만 child neglect 이나 잘못된 양육 방식으로 인한 아이들의 문제는 아동 구타보다 더 흔히 진료실에서 접할 수 있다.

(사례) 4세 된 남자아이로 산만하고 하는 짓이 어리며 발육과 발달 과정에서 말이 다소 늦었고 어머니와 눈을 맞추지 않았으며 재롱을 피울 줄도 모르고 정상적인 발달 지표인 낯선 이에 대한 거부감도 없이 반응이 없었고 엄마가 없어도 찾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하며 신체 발육은 정상이었다. 또래 아이들과도 놀이를 하며 어울리지 않고 장난감을 잘 이용하지도 못하였다.
모자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놀이 치료실에서 어머니에게 아이를 데리고 놀아 보라고 하였을 때 어떻게 할지 모르는 서투른 모습이었고 아이는 아이대로 어머니와 놀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장난감을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고 언어 표현력이 떨어져 보였으며 모자간의 정상적인 의사, 감정의 교류는 매우 적었다.
검사에서 아이의 뇌의 기질적인 문제는 없어 보였고 어머니의 말처럼 요즈음 흔히 알려져 있는 자폐증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었다. 부부가 같이 가게를 하면서 바쁘게 살았고 성격 차이로 불화가 잦았다고 하고 어머니는 아이가 크게 아프지 않고 많이 보채지 않으니 순하다고 생각하고 같이 놀아주지 않았고 우유로 키우면서 혼자 있게 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하였다.
치료자는 모자간의 애착 관계 형성이 부족한 것이 자폐증 비슷한 발달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하고 아이의 지능이나 아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문제임을 이야기하고 아이와 놀이하고 양육하는 방법들을 배워야 한다고 하였고 아이는 놀이 치료를 받게 하였다.

(사례) 초등학교 1학년인 남자아이로 신경질을 잘 내고 걱정을 많이 하고 불안해 보이며 학교에서 친구들과 못 어울리고 공부는 잘 하나 이기적이었다. 부모들은 둘 다 깔끔하고 완벽 주의인 사람들로 자신들의 아이는 보통 애들과는 달리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예절 및 오빠 역할, 학습 및 많은 것을 강조하고 유도하였다. 아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깔끔하나 긴장되고 불안해 보였다.
어머니에게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교육하고 아이를 연령 이상의 수준으로 요구하지 않게 하고 아이답게 풀어 주도록 한 결과 아이는 예의가 다소 없어지고 실수도 하였지만 무척 편하게 보이고 전에 없이 깔깔 웃는 모습도 보이며 엄마와의 관계가 친밀해졌다.
-- (이 두 사례는 ‘아동 정신 건강’ 발췌 함)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부모 자녀 문제의 대부분의 경우는 아이가 꼭 구타나 직접적인 학대를 받는 것이 아니고 부모 자신들의 의사는 아니지만 아이가 느끼기에 학대만큼의 정신적인 고통을 받을 수 있고 정신적인 불구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맺음말
사는 것이 윤택해지고 자녀수도 적어지면서 자녀에 대한 관심도 높아 가고 교육의 수준도 높아 간다. 잘 사는 사람들은 애정의 잣대인지 아이에게 해줄 것이 너무 많고 경쟁하듯이 교육의 양도 많아진다. 못사는 사람들은 살얼음 같은 삶을 꾸려 나가고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서도 상대적인 열등감을 느낀다. 무엇을 해주는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돈의 많고 적음이 잣대라면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이 이렇게 부잣잡아이들과 가난 한집 아이들이 골고루 있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대화의 상대가 안된다고 나오고 텅 빈집이 싫어서 나오기도 하며 폭력을 피해서도 나온다. 삶의 가치관이 없으며 그날그날 어떻게 즐기는가가 중요하고 유행 음악에 몸을 흔들기 위해서 돈을 구하고 부모에게 벌을 주기 위한 듯 충동적이고 아무렇게 행동한다.

집안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잘 되지 못하고 가정 내의 갈등 상황 때문에 발달과 성숙이 되지 못하였을 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그 화살은 아이에게 돌아간다. 사랑한다고 생각하여 또는 다른 목적으로 결혼하여 성격 차이로 헤어지고 재혼하며 아이들은 양부나 양모를 갖게 되는 것이 흔한 요즈음에는 아동학대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바른 이유식이나 수준이 높은 공부방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올바른 부모 자녀 관계의 계몽과 정립이 거의 전무한 지금의 실정에서 과연 부모 자신들의 양육 태도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통찰과 함께 사회적인 계몽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동 학대에 대해서 사례들을 통해 정리하고 생각해 보았다. 문헌에 있는 내용들도 참고하였지만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과 소견들을 개진하여 보았는데 능력이 부족하여 정확하지 못한 것도 있고 내용도 미진하다. 내용이 치우쳐서 학생 분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점도 있을 터이다. 앞으로 임상 일선에서 같이 일하게 될 후배 님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nursing에는 caring의 의미도 있음을 말하고 싶고 sick person뿐 아니라 conflicted familly, sick society에도 넓게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 창원간호전문대학 회지에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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