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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38년의 그림자 일생

작성자
마인드닥터
작성일
2009.04.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166
내용

얼마 전 tv에서 한 노부부를 보았다. 방송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모습이라며 촬영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한 여인의 일생에 관한 가슴 찡한 내용이었다.

이 노부부의 주민등록상의 주소는 다소 특이한데 종합병원 00실로 되어있고 실제로 여기에서 아주 오랫동안 살아왔다.

왜냐하면 남자는 무려 38년동안 의식불명의 상태로 누워있기 때문이다. 38년 전 당한 교통사고로 여러 번의 수술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깨어나지 못했고, 치료비로 모든 가산을 탕진한 30대 초반의 젊은 부인은 남편 곁에서 침식을 같이 하고 모든 수발을 들어왔던 것이다.

부인은 사고 후 아이를 배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사고의 충격과 남편간병의 무리로 혼수상태의 남편 옆에서 유산을 해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같은 병실에 문병 오는 젋은 여자를 보면 서 유산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신도 저렇게 의지할 딸이 있을 텐데 하고 한숨짓곤 한다.

남편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하는 식물인간도 아니다. 그냥 자고 있는 것처럼 38년간 누워있다. 밥을 떠먹여 씹도록 도와주면 삼키며 먹은 것은 배설물로 나오고 이제껏 부인의 지극한 간병으로 사고당시보다 더 살이 찌고 건강한 얼굴이다.

언젠가는 깨어나겠지 소원하며 남편의 그림자인생으로 살아온 이 할머니, 이제는 다시 움직이리라곤 기대하진 못하고 그저 의식이라도 돌아와서 자신이 이렇게 보살폈음을 알고 그동안 수고했고 고마웠다는 말 한마디라고 듣는 것이 소원이라는 이 할머니를 보고 가슴이 아려오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 분의 살아온 인생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해야 하는 ‘환자와 간병의 관계’, 알콩달콩 사는 부부생활이 없고 돌아오는 즐거운 감정도 없었던 것이어서 어떻게 저렇게 사실수가 있는가 하는 마음인 것이다.

내 인생을 위해서 있는 자식에도 등 돌리고 떠나는 각박한 세상에서 어찌 이런 여인도 있는가 하는 신기한 마음까지 든다. 세상과 격리되어 오래전 입원할 때 이후로는 그 병원 밖을 나가본 적이 없으며 남편걱정으로 20분 이상을 남편 곁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내용을 보고는 더욱 이 여인의 일생이 안스러웠다.

남편이 불행 중 복이 많 은건지, 지금도 고운얼굴의 이 여인의 업보인지, 어쨌든 자신이 선택한 길이므로 의식불명의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며 주기만 하는 이 부처 같은 여인은 열녀라고 칭송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또 이런 생각도 든다. 오히려 아무 반응도 없는 목석의 남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며 살아온 것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옆에 살아있지만 온갖 학대를 하고 부인을 괴롭히는 인간이하의 남자이었다면 오히려 더 힘들지 않았을까. 아니, 이 여인은 차라리 이렇더라도 남편의 정신이 깨어있음을 더 소원할 수도 있을 테니 함부로 말할 것도 아니다. 여러 감회가 드는 한 여인의 일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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