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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영화를 보고> 아일랜드

작성자
마인드닥터
작성일
2009.04.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473
내용
아일랜드 이 영화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전작들( 룩, 나쁜 녀석들, 아마게돈)처럼 화려한 액션대작인 점은 같으나 다른 점은 깊이 생각해 볼만한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워낙 뜨고 있는 영화니까 줄거리는 다 아실 것이라고 보고 감상 평만 늘어놓으려고 한다. 영화의 도입부는 지하세계에 도시를 건설하며 살고 있는 인간들이 나오며 이들은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며 엄격한 통제 속에서 살고 있다. 의,식,주 의 모든 면에서 통제를 받으며 사는 이들이지만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추첨을 통해 아일랜드라는 천국 같은 곳으로 가기를 항상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다. 소변 분석을 통해 그날의 정해진 식단을 먹어야 하고 매일 세탁된 똑같은 옷을 입는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과 생각을 하는 구성원들과 같이 철저히 통제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적응력은 정말 대단하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생존에 필요한 기본만 있으면 살아남는다. 그런데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다름’이다. 모두 똑같은 환경 속에서 옆사람과 다름이 없는 균일한 생활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견딘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비교가 되고 질투가 나는 상황이라면 나에게 충분한 빵이 있어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평등한 환경 속에서 사는 이들에게 한 가닥의 희망은 통제된 생활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당첨되어 좋아하는 동료를 보면서 나도 아일랜드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항상 이랬다. 내가 가장 안타까운 역사의 장소는 인도인데 알다시피 카스트제도는 지금도 은근히 존재하여 인도인들의 생활 전체를 결정하고 있다. 최하층인 수드라계급은 현생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계급을 바꿀 수 없다. 자신의 처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순응했을 때 다음 생에서 더 나은 계급으로 태어난다는 환생을 믿기 때문에 이 한 가지 희망으로 지옥 같은 생활을 견디는 것이다. 우둔한 것인지, 이 대단한 순응과 인내력이란...

어쨌든 영화에서도 이러한 인간의 특성-분출될 수 있는 한 가닥의 희망만 있다면 어떤 고난도 잘 견뎌내는-을 이용하여 아일랜드를 설정했는데 이 아일랜드라는 지상의 낙원이 사실은 허상이다. 당첨이 된 이곳의 사람들이 가게 되는 곳은 수술실이다. 그곳에서 마취가 된 뒤 장기를 척출 당하고 그냥 버려져 죽게 된다. 이들이 삶은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을 이러한 공간에 가두어 놓고 통제하며 필요한 장기들만 꺼내는 사람들은 이들을 두고 복제인간이라고 부르며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제품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삶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이들의 시작은 출생이 아니라 원 인간의 유전자로부터 복제되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 도시에서 있었던 시간이 그들의 나이이다.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과거의 생애는 모두 조작되어 입력 된 것이다, 만들어 지는 제품 생산 공정 과정에서 말이다. 매트릭스를 연상하게 되는 설정이다. 네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진실이란 무엇인가?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진정한 구원이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 등의 복잡한 다단계 질문이 되어지던 매트릭스의 단순판이라고 보면 된다. 화려한 액션에 조금 가미된 적당한 철학적 재료와 휴머니즘이니까 관객들을 많이 심각해지게 몰아가지 않는 것이 마이클 베이 감독다운 모습이다.

아, 정말 이 영화의 액션장면은 소문대로(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다고 한다) 대단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다 주연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조던-2델타)의 미모와 이안 맥그러거(링컨-6에코)의 연기는 흥행에 실패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다, 아마추어 영화평론가의 시각에서도.

화려한 그래픽으로 그려낸 지하공간도시, 여기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다가 작은 호기심과 의심으로 시작되어 바뀌게 된 세상. 이 세상은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음모가 있고 자신은 스폰서(주인)가 잠시 장기를 맡겨 놓은 것을 상하지 않게 잘 보관하고 있는 생체저장고에 불과함을 알게 되지 않는가.

하지만 링컨-6 에코는 자기 존재의 비참함에 절망감, 부정과 분노, 우울 등의 혼란스러운 적응과정을 길게 거치지 않고 불굴의 의지와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세상을 바꾼다. 이러니까 영웅이다. 부조리한 신에 대항하여 자신과 같은 복제인간들도 영혼이 있는 삶들임을 외친다.

부조리한 신은 이 복제인간들을 계획하고 만든 박사인데 이이는 자신이 생명을 부여한 복제인간들은 자신이 없앨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계획이 틀어졌을 때 제품리콜을 하듯이 의심을 하는 복제인간들을 페기처분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DNA에서 모두 나온다고 믿는 전형적인 과학자니까.

여기서 감독의 의도는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복제인간들도 영혼이 있다. 그래서 생존권을 위해서 투쟁할 수 있다. 그리고, 희생... 역사와 신화에서도 희생이 인간의 행동 중에서 가장 차원이 높은 단계가 아닌가. 이 복제인간도 자신을 희생하여 지킬 가치가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인간임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주장하는 것으로 느꼈다.

링컨(맥그리거)이 자신의 복제도너인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과학으로 설명이 안 되는 기적이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야 한다, 우연을 가장한 신의 섭리로서. 이 우연을 선험적인 기억으로서 느끼고 행하는 사람이 영웅인 것이다. 꿈을 통해서 의심과 고민을 가지고 풀려고 했기 때문에 복제인간에서 사람으로 진화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꿈은 신이 인간에게 은유적으로 말하고 싶을 때 전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니까.

인류의 역사에서도 많은 영웅들이 꿈을 통해서 우주에 가득 채워져 있는 계시와 지혜들을 내려 받고 잠에서 깨어 길을 떠나는 행동으로 옮겼던 것이다. 모든 이들의 꿈에서 (현실에서도) 이러한 장치들이 있으나 이를 느낄 수 있는 주파수를 가지게 될 때 영웅이 될 수 있다. 영웅만이 자기구현을 할 수 있다.

복제인간인 에코는 자기구현을 하였다. 비록 시작은 가난하였으나 출생의 한계인 DNA복제 결과임을 극복한 자기구현이 아닌가. 우리 인간들의 시작은 태생은 이들보다 더 대단하지도 않다. 문제는 마음의 가난이 아닐는지.

과연 우리가 꿈꾸는 아일랜드는 어디에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조던-2 델타(스칼렛 요한슨)가 여기서 말한다. “아일랜드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고.
나 자신이 천국이라고. 지옥이 되고 천국이 되고는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고 하는 것 같다. 이렇고 보니 마음이 가난한 자는 오히려 우리 인간이 아닌가. 육체의 영생을 욕심내어 복제인간을 만드는 인간, 내 안에 구원이 있는 것을 모르고 다른 곳을 계속 찾는 사람들, 과학만능주의에 빠져있는 지식인들 등.

우리 인간들이 진보한 현재의 의학수준들, 배아복제, 줄기세포 .. 등 이제 곧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인간의 부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돼지 등의 동물에 사람의 장기를 심어서 키워서 필요할 때 이 영화에서처럼 적출해 낼 것이다. 사람을 위해 희생되는 이 고맙고 불쌍한 돼지가 영화의 복제인간과 겹쳐서 연상될 것이다.


복제인간에도 영혼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의 휴머니티가 이 돼지에는 베풀어지지 않아도 되는가? 필요한 장기이외의 남는 신체는 페기가 되는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가? 의료에만 이 기술이 이용되고 인간복제 등의 비윤리적인 행위는 절대 없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을까? 영화의 닥터처럼 스스로를 신이 되고 싶어 하는 자들이 전혀 없을까?

이 대답은 부정적이다. 영화에서 복제인간들이 지하를 탈출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는 감동적인 엔딩 장면이 있는데 이 음모와 모든 것을 알게 된 세상 사람들이 이 복제인간들을 어떻게 받아 줄 것인가? 여기에서의 우리 인간들에 대한 기대도 부정적이다. 영화가 상징하는 이러한 상황은 신의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운 것일 텐데 왜 기대하지도 않는 인간들을 이런 시련으로 이끄는 것일까? 이제 우리가 염려하는 현실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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