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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마음꼴

작성자
마인드닥터
작성일
2012.05.0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056
내용

                                  ‘ 마음꼴 ’

사람들은 정신과의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심리를 분석해달라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내 마음을 도저히 모르겠으니 당신이 분석해줘 하는 기대의 심리이면서도 저 의사에게 내 마음이 다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의 심리도 있는 것 같다. 의사는 이렇게 들어본다고 해서 분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그 사람의 살아온 역사와 지금의 심경을 충분히 오랫동안 다 들어봐야 어느 정도 짐작은 해볼 수가 있다. 워낙에 조심스러운 접근인지라 조금씩 알게 되고 짐작해지더라고 섣불리 말을 하지 않는다. 상담을 오래 해보니 섣부른 해석은 서로의 치료적 관계를 해치고 치료를 낭패로 몰고 갈수도 있음을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환자의 마음속에 있는 우울,비관적생각,분노,피해의식,자기증오, 같은 것들은 의사로서 없애려고 계속 싸워 온 것들이니 이러한 것들과의 ‘전쟁’이라고 표현해보고 싶다. 특히 자기증오와 같은 놈은 마치 베어도 베어도 자라나는 도마뱀의 꼬리처럼 질겨서 정말 치료자와 환자를 힘들게 한다. 내공을 다 뽑아내어 청룡언월도로 자르고 레이저로 태워버려도 남아있는 벌건 마음의 자국을 보면 때론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이러한 전쟁에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 무기 중에는 상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툴(방법)도 있다. 정신과에서는 심리검사가 대표적인 툴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다녀간 그 여성이 남편을 데리고 다시 방문했다. 이 40대 여성은 사는 재미가 없고 짜증을 동반한 심한 감정의 기복으로 힘들어했다.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주부우울증의 모습이었다.  남편과는 신혼부터 서로 마음이 안 맞아왔는데 정말 그 속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였다. 심리검사를 해보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권유했던 터였다.


대체로 바깥양반들은 부인의 문제에  같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 부인의 우울증에 자신이 범인 인듯한 취급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경계의 마음일 것이다. 이 남성은 화장실에서 볼일 다 못보고 나온 것 같은 찝찝한 표정으로 부인을 따라 들어오더니 나와 가장 떨어진 저쪽 의자에 앉는다. 나는 안다.  보증을 잘못 서서 가산을 날린 것도 아니고 바람을 피운 한량도 아닌 이런 남편은 자신이 떳떳하기 때문에 공격을 받는 다고 느끼면 유순하던 모습에서 화난 곰이 된다는 것을. 절대 코너로 몰면 안되므로 자신이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난 했는지를 스스로 변호할 기회를 드린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이 자기말만 되풀이하면서 소통이 되지못했던 것에 초점을 맞추며 치료자의 페이스에 들어오도록 슬슬 유도한다.


남자는 심리검사에서 강박신경증, 내향적사고와 감각판단형의 성격유형으로 나왔다. 이런 분들은 생각의 틀이 너무나 견고하고 유연성은 부족하다. 그리고 감정표현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잘 안한다, 아니 잘 못한다. 탤런트 중에 이런 성격의 역할로 자주 나오시는 양반이 임채무님이다. 유연성이 부족한 원칙주의자, 잘 참으며 표현이 없으니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불린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것은 거룩한 성인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 남자는 마음속의 분노를 표현 못하고 누르며 그 표정은 하회탈이다. 하지만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고스란히 있었다. 그래서 술이 많이 들어가 제어가 풀리면 만만한 가족들에게는 이것이 튀어나와 폭군이 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비견할 만한 사람도 여럿 보았었다. 맨 정신에서는 도데체 속을 열어 보이지 않으니 (못하니) 자신도 답답하고 옆에서 홧병이 되어가는 마누라는 더 괴롭다.


이렇게 강해보이지만 나이 쉰이 넘어가면 후회와 번민이 생기는 분들이 있다. 이 분도 그랬다. 경직된 겉모습 안에 숨겨진 쓸쓸함을 공감해주는 것이 치료자와의 관계형성에 중요하다. 그 속은 얼마나 아이처럼 여린지를 보면서 불쌍한 마음도 들었다. 두 사람이 자신의 패턴으로 상대를 짐작하고 오해하며 마음 상하고 증오해왔던 것을 알게 된다. 이러면 좀 달라진다.  알게 되었다고 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부드러운 말 한마디로 곁의 여자가 얼마나 마음이 풀어지는지를 보게 된다. 상담이 끝나고 나갈 때 나를 보는 남자의 눈빛과 인상이 부드러워지고 호의적이 됨을 느낀다. 싸움을 말려주고 나름 게임을 룰을 정해주며 손잡게 했으니 뿌듯함도 있다. 물론 상담비는 남편이 내야 하겠지.


이러한 심리검사 말고 관상으로 그 분을 내심 짐작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 약물,인지행동치료,최면치료 이외에 툴(무기)을 더 갖추려고 하던 중 정통정신의학이 아닌 분야를 기웃거린 적이 있었다. 그 중 음양오행에서 보는 형상학에 재미를 느꼈었다. 오행은 목화토금수의 성질을 지니는데 우리의 성격도 이처럼 다섯 가지로 분류되며 얼굴형으로 그 사람의 유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목에 해당하는 사람은 나무처럼 직사각형의 길쭉한 얼굴형이고 화는 역삼각형의 턱이 뾰족한 얼굴이며 토는 흙이 뭉쳐진 것처럼 둥굴한 형태이다. 그 성격을 보자면 목형은 뻗어나가는 나무처럼 앞으로 잘 전진하며 계획을 많이 세우는데 기분파이고 실속이 부족하며 끝을 맺지 못하기도 한다. 우선 내가 이 유형에 해당하며 진짜 그러하다. 화는 불의 기운처럼 열정적이며 뜨거운 심장을 가졌고 쉽게 흥분하지만 뒤끝이 없다. 얼굴이 둥글어 중국인들에게 많은 토형은 끈적끈적하고 유연해서 부러지지 않는다. 타인을 경계하는데 일단 친해지면 마음을 다 주고 단결과 친화력이 강하다. 금형은 사각형의 얼굴형으로서 쇠처럼 빠르고 강하게 자기 틀을 고수하는 고집이 강하다. 그런만큼 돌쇠처럼 실천력이 강하니 집단의 리더들에서 이 유형이 많다. 수형은 삼각형의 틀로서 턱이 넓고 이마가 좁은데 장애를 만나면 부드럽게 감싸고 지나가는 물처럼 유연하면서 잘 참으며 겁이 많다. 나는 이를 알고 나서 가까운 지인들을 얼굴을 유심히 보며 성격을 맞춰보았는데 신기할 정도로 거의 대체로 맞았다. 그래서 내원하는 환자분들에게도 적용하여 조심스럽게 알아보고 확인해보았던 것이다. 결론은 도움이 되었다. 이 부부도 남자는 목과금의 중간형이었고 부인은 토형에 가까웠다. 목과 토는 상극이며 또한 토는 금에게 한없이 바쳐야 하는 기운이다. 그러니 이 부인이 목과 금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남편에게 많은 것을 바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유형과 틀에 갇혀서 모든 것을 재단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사실 도움이 되고 흥미로운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 사람은 각자 고유의 존재이고 개성이 있어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것은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이 훨씬 많은 것도 진실이다. 원숭이와 사람의 유전자의 차이는 1.5%~6% 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느 장소이건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아는 몇 가지의 패턴들로 분류해볼 수 있다. 혈액형에 따른 분류도 그럴 듯하니 말이다. 그래서 같은 패턴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 성향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예측도 할 수 있어서 상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패턴이 서로 다른데 사랑하니까 자신과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단정하거나 요구한다면 불협화음의 시작이 된다. 내향적 성격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편하지 않으므로 밖에서의 활동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진한다. 그러니 내향적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안하며 귀와 입을 닫고 tv만 멍하니 보게 된다. 이게 자신의 충전방법이지만 외향적인 아내는 너무 답답하다. 아내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중계방송해주고 싶은데 남편은 마이동풍이다. 말이 씹히고 벽에 대고 말하게 되니 짜증이 난다. “당신은 주말이 되어도 허구한날 방구석에서 야구중계나 보고 옆집 남편처럼 같이 장을 보러가는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처갓집에서 불러도 핑계대고 안가니 미워죽겠어.” 대충 이런 말들이 가정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대화들이다. 외향적 아내는 나가서 사람들 모임에도 들어가서 주도적으로 뭐든 하고 싶다. 더구나 외향적 인식형 이라면 우선 저질러 보고 생각한다. 이런 부인을 겪는 내향적판단형 남편의 패턴에서는 정말 이해가 안된다.  아내가 계획이 없이 일을 충동적으로 저지르고 소란스러우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은 계획된 일이 아니면 안하기에 처갓집에서 불러도 당황스럽다. 이런 두 사람이 살 때에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갈등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아내들에게 남편이 동굴에서 쉴 때에는 그냥 놔두라고 조언한다.  충전이 되고나면 스스로 나와서 별 일 없었냐고 물어볼 때까지 참아야 하는 것이 지켜야 할 수칙인 것이다. 밖에서의 활동과 말을 섞는 것이 내키지 않아도 즐거워하는 부인을 위해서 가줘야 하는 것이 남자가 배려해야 하는 수칙이다.

 

사람의 패턴은 반복하는 것 같다. 그 사람이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그러한 패턴대로 할 가능성은 높다. 그게 실수이든 성공이든 말이다. 내가 같은 잘못(관계유지에 치명적인)을 반복하는 남자를 두고 고민하는 여성에게 때로는 헤어지라고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패턴을 바꾸어버릴 의지가 없이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만 반복한다면 그 사람은 그 패턴의 굴레에서 절대 못 빠져 나온다. 이것은 그동안 상담해보고 느낀 점이다. 좋고 건강한 패턴으로 반복해서 성취와 행복을 이루는 사람들은 자신이 알건 모르건 참으로 좋은 패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돈과 기술이 아니고 사람이다, 철학과 열정의 마음을 가진 사람을 얻으면 기술이 따라온다.” 애경에서 수많은 히트상품을 만들고 KTF에서도 'show'등 메가히트를 친 부사장 조서환씨가 한 말이다. 한 팔을 잃은 상이군인인 이 양반의 인생은 소설같이 드라마틱하다. 슈루탄이 터져 망신창이가 된 자신을 버리지 않고 결혼해준 부인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열정의 모터베이터가 된 것이다. 이것을 성공에 이르는 자신의 패턴으로 만들고 제 일 원칙으로 지키며 난관을 극복해온 것이다. 요즘 자기경영이니 부부프로그램이니 청소년프로그램이니 하는 것들이 사실 자기를 해치는 나쁜 패턴에서 좋은 패턴으로 바꾸자는 것이 아닌가.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서 모두들 걱정하고 있다. 가해아이들이 친구들 심하게 괴롭히는 것은 사람에 대한 동정심, 공감능력이 낮은 것이다. 난폭하고 가학적인 패턴은 나쁜 친구를 만나서 얻게 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의 패턴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은 가정환경이다. 그래서 아이를 진료할 때에는 꼭 부모를 같이 보고 모두 심리검사와 면담을 한다. 가정에 흐르는 어떤 패턴을 보고자 함인데 대를 이어 내려오는 문제와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장과정에서 지금 아이가 겪는 상처와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현재의 문제가 윗대에서도 있지 않았는지 가족력 조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조금 전 다녀간 우울증의 30대 여성은 이혼을 하고 친할머니를 모시고 남동생과 같이 산다. 부모는 자신이 어릴 적에 이혼했다. 아버지는 따로 사는데 이혼 한 후에도 계속 여자를 바꿔가고 있다. 책임감 없는 아버지대신에 자신이 모든 제사를 준비하고 할머니를 봉양해오고 있다. 어제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집안을 또 휘 젖고 갔다며 도와주지는 않고 괴롭히며 자식들도 자기처럼 만들려고 한다며 서러워 운다. 이 아버지는 장남인데 아버지가 바람기가 농후하여 조강지처를 버리고 세컨드와 살았는데 그 사이에서 출생한 것이다. 성장하며 가정에 불성실한 아버지에 대한 상처와 분노가 쌓였었다. 그런데 증오하던 아버지처럼 의무보다는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어린애 같은 가장이 된 것이다. 이 여성은 다시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남동생이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아버지를 닮아간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이 친구가 온다면 나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생각해본다. 이 남동생은 할아버지, 아버지와 비슷한 점이 98%에 이를 수도 있다. 그리고, 98%의 반복되는 패턴과는 다른 무엇이 2%에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분명 선의의 의지가 있으니 그걸 찾아내자고 말해야겠다. 오프라 윈프리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고 수많은 성폭행을 당했던 불우한 아이였다. 하지만 이런 상처들은 세상에 대한 영향력1위의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을 방해하지 못했다. 상처를 받고 마음이 여려 화를 못 내면 자신을 증오하는 부정적 패턴으로 가는 것이 쉬운 흐름이다. 그런데 이를 거슬러서 내 안의 긍정을 잃지 않는 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격려해줘야겠다.


사람들의 차이를 기질과 유형의 차이로 이해해보고 그분들과 같이 고민해왔다. 말과 행동의 뿌리가 되는 패턴을 짐작해보는 것은 이처럼 유익한 작업이었다. 심리유형, 혈액형, 얼굴형(음양오행)같은 패턴은 ‘꼴‘ 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를 이르는 말인데 ’꼴값한다’는 속어도 여기에서 나왔다. 자신이 타고난 꼴의 값은 얼마일까? 얼굴꼴 보다 변화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이 마음꼴이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려면 그에 맞게 마음의 꼴이 그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울해서 자기증오에 빠져 있을 때의 마음꼴이 완치되면 주위에 좋은 기운을 주는 청량한 꼴로 바뀌는 것을 보아왔다. 오늘도 난 그 마음의 꼴이 빛나게 바뀌어가는 분들을 보는 낙으로 나의 꼴값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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