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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행복의 조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3.2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863
내용

가끔 진료실에서 받는 질문들 중에 예측 못한 돌발질문들이 있다. '원장님은 저처럼 와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분들만 보실텐데 매일 같이 그런 말을 들으시면 힘들지 않으세요?' '원장님은 행복하신가요?' 같은 질문들이다. 자신들은 사는 게 고달프고 우울하여 정신과전문에게 와서 털어놓으며 치료를 받고 좋아지는데 의사는 같은 인간인데 어떻게 스트레스를 처리하며 사는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있는지 넌지시 물어보는 것이다.

 

꼭 답을 듣고자 하는 말이 아니기에 그냥 미소만 지을 때도 있고 '힘들 때는 있어도 00님처럼 좋아지시는 분들을 보면 보람되고 기운이 납니다'라고 말씀드릴 때도 있다.  우울하고 불안해하는 분들에 공감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슬퍼지고 마음이 가라앉고 산다는 것에 회의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이를 다른 것을 통해 털어내는 것 보다는 그분들이 좋아지고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 환경이 최악이라도 우리가 어떻게 마음 먹느냐에 따라 현실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하면 본인과 치료자인 나는 같이 의욕이 생긴다. 어떻게 마음 먹어야 하는지 알지만 그렇게 안되던 것이 이제는 느긋하게 긍정적으로 느껴지니 짜증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내담자와 같이 확인하게 되는 것은 기분이 무척 좋아지는 경험이다. 그러니 환자분들이 나를 우울하게 하고 종내는 더 좋은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셈이다.

 

행복하냐는 질문에는 '제가 어떻게 항상 행복할 수 있겠어요, 가끔 행복하도고 느낄 뿐이고 그러도록 노력하는 거지요.'한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진득하게 유지하면 지금의 부족한 내가 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겠으나  감사의 마음을 유지하는게 어렵다. 그래서 가끔이라도 행복한 심정이 느껴지도록 애를 쓴다.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기도 하는게 우리 사람이지 않는가. 좀 쑥쓰럽고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고백하고 싶다. 진료를 하다가 생리현상이 느껴지면 해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의 남자화장실은 병원 밖 복도에 있다. 대기하시는 분들이 많으면 참아야 한다 .^^:: 만약 원장실 안에 있

다면 살짝 해결할 수가 있겠으나 ...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는 대기실을 가로질러 화장실로 갈 용기가 없다. 아~정신과의사도 생리현상은 어쩔 수가 없구나, 하며 당연한 사실을 이해하실텐데 난 고상하게 보이고싶어서 그런지 쑥쓰러워 그런지 못나가고 참아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병원의 내부공사를 하는 참에 진료실 안에 작은 화장실을 만들었다. 밖의 화장실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볼일을 보아오다 안에서 편안하게 해결을 할때의 기분은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이었다. 아~사람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임을 매일 깨닫고 있다. 한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말이다. 어떤 동료의사분은 너무나 괴로울 떄 원장화장실에서 눈물도 쏟아보았는데 편안하게 울수 있는 공간도 별로 없음을 씁쓸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시간날 때 글쓰기, 걸으며 음악듣기, 아름다운 숲에서 걷기, 활쏘기(국궁),사진찍기 를 하며 즐기는 편이다. 이것들을 하며 그 행위에 몰입하면 그 순간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과연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 행복하다고 생각하고싶은 마음에 그 증거들을 생각해보면 여러개에서 수십개라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일에서 순간 순간 느끼는 행복의 기분은 참으로 살아있는 생생한 현재진행형의 증거들이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어서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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