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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만화세상

작성자
마인드닥터
작성일
2009.04.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549
내용

70년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보낸 내 삶의 아주 긴 황금기(?)였다. 어린시절 학교에서 시작해 골목길까지 이어졌던 놀이들은 지금도 아련하게 떠오르는 좋은 추억들이다.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단연코 만화였다. 손에 돈이 쥐어지면 군것질 보다는 항상 만화방으로 쪼르르 달려갔었다. 만화 속에서 나는 많은 세상과 무한한 상상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우한 환경으로 너무 많은 좌절을 당하여 우리를 울렸던 ‘이상무의 독고탁‘은 이를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감동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외로운 무사 ’김민의 불나비‘는 강인하지만 감성이 여리고 진한 고독감이 배어있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어릴적 잘 몰랐으나 이 사람의 짙은 눈썹과 우수어린 눈길, 정의로운 행동에서 강한 휴머니즘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탈을 쓰고 종횡무진 활약한 주인공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각시탈’(허영만 저)이다. 일제시대에 독립지사를 잡는 일본의 압잡이였던 이강토는 각시탈을 쓰고 독립활동을 하던 지사를 죽이게 되는데 그이는 바로 자신의 친형이었다. 그리고 일본형사로 인해 죽게되는 어머니. 이런 기막힌 현실은 이강토를 각시탈 독립투사로 만든다. 탈을 벗었을때는 꺼벙하고 순박한 떠거머리 총각이지만 탈을 쓰면 민족을 압제하는 악당들을 처단하는 무서운 해결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반전에 아주 열광했었고 당시 각시탈은 아주 유명했다.

만화방에는 만화 말고 또 다른 재미가 있었으니 바로 텔레비젼이었다. TV가 드물던 시절,만화를 보면 TV를 볼 수 있게 해주었는데 (아주 효과가 큰 상술이다) TV를 보기위해 만화를 보러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초저녁이 되면 TV앞은 아이들이 앉고 서서 빽빽해져 뒤에 온 아이들은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다.

인기가 많았던 만화영화들을 기억하면 그 옛날의 많은 추억들이 같이 떠오른다. 만화영화를 본 다음날은 하루 종일 친구들과 그 줄거리와 감동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했었다. 그 때 그 교실들과 골목들이 그립다. 아- 그리운 그 시간들. 그리고 만화영화의 주인공들.

“어디-어디에서 날아왔느냐~, 황금박쥐! 검은구름 헤치며 날아온 정의의 사자,황금박쥐!”의주제가는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1968년 최초로 방영이 된 만화영화 황금박쥐이다. 매주 저녁 방영시간이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해골모양의 가면을 쓴 정의의 사자가 우주의 악당을 물리치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 온 집안이 떠나갈 듯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만화영화 사상 중요한 이 영화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그리고 만들었다는 것이다. 옛날의 감동과 더불어서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다.

이렇게 만화와 만화영화에 빠져들어 타이르고 매를 들어도 만화방에 매일같이 출석하여 도장을 찍고 사는 나에게 부모님은 드디어 결단을 내리셨다. 바로 우리 동네에서 처음으로 우리 집에 텔레비전이 생긴 것이다. 없는 살림에 큰 용단을 내린 부모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더 열심히 텔레비전에 빠져 들었다.

만화영화 ‘요괴인간’도 지금의 40대 이상의 사람들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기만화였다. 주인공인 벰,베라,베로는 화학물질에서 만들어졌지만 인간으로 환생하기위하여 나쁜 요괴들을 물리치는 선행을 하며 여행을 하는 내용이었다. 요괴들을 다 소탕해야 소원하는 인간이 될 수 있는데 (우리 귀염둥이 베로도 피노키오 이상으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세 손가락뿐인 손을 사람들 앞에서 감추면서) 이를 어떡하나. 인간도 인간이란 이름을 가진 요괴일 뿐 이라는 당연하지만 슬픈 이야기.
그 외에도 우주소년 아톰, 마린보이, 철인 28호, 엄마 찾아 삼만리 등이 생각이 나는데 아마 그렇게 몰입하며 본 영화들은 그 시절 이후에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후 청소년, 대학시절에는 무협지라는 장르에 심취하여 그 신세계에 빠져들었으나 좋은 만화들은 나의 눈을 붙들었다. 고우영의 임꺽정, 일지매, 수호지, 삼국지, 초한지, 열국지 는 신문에 연재되어 어른들이 열광하게 만든 불후의 명작들이 아닌가. 여자보다 더 이쁜 의적 일지매, 일지매를 사랑한 월희, 잔인한 성게, 진정한 사내 구자명 등이 나왔던 일지매는 고우영님이 스스로 자신의 대표작이라 손꼽는 만화였다. 최근 검열로 삭제된 부분까지 복원된 개정판이 나와 사서 다시 읽는데 감개가 무량하였다. 옆에서 8살된 딸애도 앉은 자리에서 말도 않고 몇권씩 탐독하는 것을 보니 부전여전이더라.
욕심 많지만 겸손이 지나친 쪼다 유비, 호탕남 장비, 사내 관우, 사람을 잘 부려 천하를 얻은 잔인남 유방과 간 큰 용장 항우,... 이렇듯 고우영이 창조하고 각색한 인물들은 한 컷 짜리 지면위에서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공전절후의 만화가 고우영님이 2년전 고인이 되어 너무 슬픈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이런 예인은 다시 볼 수 없으리라.

故 고우영 화백과 동시대를 살며 우리가 좋아하는 만화가에는 강철수,이현세,이재학,박봉성,허영만화백 등 수많은 이야기꾼과 그림꾼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는 허영만 화백이다. 나는 허화백처럼 너무나 다양한 장르의 소재의 내용들을 맛깔지고 재미나게 그려내어 감동을 주는 만화가를 본 적이 없다. 음악,사랑,민족,기업,스포츠,바둑,도박,식도락 등 광범위하며 주로 시대극을 다른 고 고우영화백과는 달리 현실극화이다.

음악과 사랑,삶을 이야기한 고독한 기타맨의 1장의 제목은 “내 어릴적 희망은 방랑자가 되는 것이었다”로 시작한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끝없는 영혼 그러나 어디에나 머무는 따스한 나의 영혼... 사랑이란 말로 표현할 수, 표현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라는 대목도 가슴 깊이 기억된 내용이다.

카멜레온의 시 등에서도 허영만은 철학적 사고,서사적 감동을 비극으로 승화시키는 역량을 보여준다. 이 만화지존은 최근까지 날아라 슈퍼보드, 오,한강, 타짜,식객 등 내는 만화들마다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만화가 하나의 분명한 문화장르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 이 작품 “사랑해”라는 작품을 빌려 보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철수와 영희가 부부로서 살아가는 단순하고 심오한 인생의 잠언록을 보여주는 맑고 서정적인 만화이다.

만화는 내가 살아오면서 기쁘고 힘들고 슬펐던 여러 시간들에서 옆에 두고 보며 시간을 죽이고 다시 이 시간들이 살아나는 감동과 간접경험들을 하며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 친구이다.
내가 가지 못했던 길들의 뒤편과 풍경을 보여 주었다.
단순하고 분명한 삶의 법칙들에서 피곤하던 내가 드라마의 주인공과 합일이 되어 극적인 전개와 결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이다.
마흔이 넘어 중년이상이 되면 좋아하는 놀이를 가지는 것이 젋을 적보다 더 중요하다. 나에게 있어 이 만화란 친구는 평생토록 같이 갈 수 있는 좋은 놀이의 벗이다.

< 울산수필 >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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