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닥터컬럼
우리병원에 오시는 식구분들은 가을과 겨울이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면 마음이 쏴- 하게 허전하고 찬바람이 불듯이 쓸쓸하고 우울해진다고 토로합니다.
이런 모습으로 우울하게 처음 오셔서 웬만큼 안 심하면 정신과에 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는 분들.
많이 좋아지고 있었는데 추워지니까 다시 우울해지는 것 같다며 부지런히 다니시는 단골(?)들.
이번 연말, 겨울을 잘 넘기자고 기운 내시라고 말씀드리죠.
요즘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동구정신보건센터에서 모레 24일에 발표할 '노인의 우울증과 자살에 대하여'라는 제목입니다.
참 을씨년 스러운 제목이죠?
노년층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이분들에 대한 복지와 사회적 여건,가정적여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러니 가뜩이나 병환이 많고 사별 등의 변고가 많을 노년기이기에 우울증과 자살은 더욱 늘어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에게도 올해는 잊을 수 없는 해입니다. 죽음은 영원히 다시는 그 사람을 살아서는 볼수 없게 만듭니다. 통곡과 함께 자책과 함께 순리를 받아들이게 되고 마음에 담으며 하루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하루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럼 일년도 인생의 축소판이겠군요. 지금 이제 겨울로 접어드는 것은 일년을, 그동안의 생을 돌아보며 정리하고 반성하는 시기이겠지요.
길가에 떨며 남의 집 창문의 따뜻한 불빛과 가족들의 온기를 부러워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내집에 일찍 돌아와 봅니다. 아내가 반갑게 맞아주는게 오늘 따라 참 고맙습니다. 같이 옷을 두껍게 껴입고 분리수거를 하는데 부부가 같이 있는 시간이 정말 별로 없구나 생각이 들어 이 시간도 소중합니다. 늦게 들어오는 아들을 위해 대문가에서 기다려 봅니다. 성장해서 말이 없는 녀석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봅니다.
전화가 뜸했던 형제들에게 먼저 전화를 해 봅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일기를 쓰며 내안의 등불을 켜 봅니다.
추운 겨울날 모두들 마음에 따뜻한 램프를 켜 두시기를,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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