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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마인드닥터의 가족행복처방전 / 머리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2.04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459
내용

 1.머리말

20여 년간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진료실에서 내원자들이 삶의 질곡에서 겪은 절절한 사연들을 생생히 들어왔다. 어린아이부터 80대 노인까지 삶이라는 것은 봐주지 않았다. 자신은 없어지는 것이 낫다며 절망의 나락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상처를 받고 배신을 경계하면서도 여전히 상대에게 너무 의존하다가 또 상처를 입는다. 결국 그 분노가 상대와 자신에게 향하여 우울증 에 이른다.


우울증은 갈수록 늘어나며 자살이라는 병적인 선택을 하는 원 인이 된다. OECD 국가들 중 자살률 1위가 계속되니 우리는 그 원인들로서 많은 문제들을 말해왔다. 우울증과 우리 시대의 마음 의 상처에서 가족을 빼고 원인과 치료를 논할 수 없음을 말씀드 리고 싶다.

 
내원자들에게서 듣는 부부 관계, 부자 관계, 모녀 사이 등은 축 복의 관계에서 증오의 관계까지 그 사연들이 다양했다. 그렇다. 상처를 주는 사람도 가족이었고 상처를 받는 사람도 가족이었다. 가정이란 사랑의 보금자리이지만 상처가 현재 진행 중인 곳이기 도 하다. 토니 험프리스가 『가족심리학』에서 '모든 가족은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 그러나 모든 가족이 전부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 고 언급한 것처럼 사랑이 가족행복의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에 우 리들의 문제가 있다.


나는 내담자들에게 가족을 위해서 각자가 최고의 심리상태를 노력해야 한다고 부탁드린다. 가족들이 변화에 저항하고 자신이 가장 힘들며 억울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한다. 모든 가족 안에는 꼭 한 명 이상의 가족치유에 훌륭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절실한 이유는 너무 많은 가정들에서 너 무 많은 분들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음을 보아왔다. 그 정도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될 정도로 심각하였다.


부모와 가정을 세상의 전부로 여기는 어린아이들은 아빠와 엄 마가 남남으로 갈라서며 홀로 남겨지는 과정에서 무섭고 원망하 며 마음이 찢겨진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다. 아빠가 술을 마시고 핏발 선 눈으로 폭력을 휘두를 때 아 이는 차가운 밤길로 피해 떨었었다. 그 아이는 서른 살이 된 지금 의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고 그 자신을 어떻게 휘두를지 모른다.
엄마가 천사처럼 관대하다가 악마처럼 몰아치며 악담을 퍼붓 는다면 아이는 눈치를 보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엄마, 아빠가 되어 자신도 똑같이 아이에게 반 복한다. 이렇게 대를 이어서 되풀이되는 상처투성이의 가족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가족사와 사연들을 들으면서 깨닫는 것은 '받은 만큼 줄 수 있 다'는 것이다. 내 아이가 나에게 받지 못한 것들을 나는 기대해서 는 안 된다. 하지만 나는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주지 못한 부모를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 대를 이어 반복되는 상처의 사슬을 끊 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안에 반복되는 굴레들을 풀어내 는 분들을 보면서 감동했다.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모른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슴에 멍이 들고 그 관계들에 질려서 이리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난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하도록 권유한다. 팔만 년 계속되어 온 인류의 삶에서 100년이 못 되는 삶을 살다 우린 죽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행복했던 순 간은? 그리고 아직도 진행 중인 숙제는 무엇인가?
반려자와 같이 살며 자신의 2세들을 낳고 부대끼며 살아야 이 질문들에 의미 있는 대답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가족들과 삶을 같 이해야 내 목숨보다 더 귀한 생명이 있음을 벅차게 느낄 수 있고, 우린 숙명 같은 의무를 피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리게 될 것이다. 혼자 누리는 자유의 맛보다 가족과 같이 희로애락 을 겪을 때 느끼는 인생의 맛이 훨씬 깊고 그윽하다 .


가장 확실한 통찰은 죽는 순간에 이뤄진다고 한다. 그때 성공 이나 돈보다 사랑한다고 더 표현하고 나누지 못한 것에 회한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알 것 같 다. 생을 다하는 순간에 주마등처럼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 수많은 인연들과 고통들이 다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애통해 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곳, 가족의 옆으로 갈 것이 다. 다행히 지금 우리에겐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우선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가 건강한지를 평가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들 과의 관계 개선과 변화가 자신과 가족을 얼마나 달라지게 하는지 확인해보자. 부족한 이 책이 미력하게나마 그 역할을 하는 계기 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가정의 각 관계들을 사례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이 사례들은 가족 구성원 전체에 대한 전문적인 집단치료가 아니다. 개인치료 를 중심으로 하며 필요시에 가족치료를 병행하였다. 진료실에서 듣는 그들의 사연을 가능한 한 여과 없이 실었다. 그리고 신화, 소설, 영화, TV 드라마의 스토리를 가져와서 가족관계들을 이해 하고자 하였다. 신화는 허구나 거짓말이 아니라 삶의 메타포(은유) 이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넌지시, 때로는 잔인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화만 한 것이 없다. 영화나 드라 마는 이러한 신화, 전설의 메타포와 정수를 빌려 온 것이다.


치유를 도와주는 의사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석보다는 치유의 방법들일 것이다. 구체적 치료의 장인 진료실에서는 내담 자와 공감, 라포(rapport), 치유적 동맹을 맺으며 그 관계 속에서 호 전되고 극적으로 달라지는 경험들이 생긴다. 하지만 대중에게 담 론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처방을 적는 것은 내 능력으로는 벅찬 것임을 책을 쓰면서 절감했다. 현재 삶의 의미를 알려고 노력해 온 한 정신과 의사가 가족의 힐링에 대한 부족한 처방전을 올리 며 모든 가정의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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