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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꿈 /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21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4
내용

<< 수 필 >

끝이 없이 계속 되는 꼬불꼬불한 골목 길, 정신과 입원 병동을 계속 회진하는데 환자들의 공허한 눈길과 병동 사이의 오르막 계단들, 기록지 용지가 없어 동료 의사에게 빌려서 기록하려고 하나 여백이 없음, 버스를 기다리다 잠시 쉬려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 보니 이불 펴고 자고 있는 나를 보고 역정이 나서 내가 나에게 야단을 친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잘 못 내려 마음은 급하여 택시를 기다리는데 춥고 어두운 밤에 빈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신도시 외곽에 동료들과 병원을 세웠는데 동료가 따로 '마인드코치'라는 크리닉을 개설하여 개원식을 하고 여기에 나의 지인들과 함께 구경꾼으로 갔고 동료의 자신감과 베짱이 부러워 혼자 먼저 나옴.

  어떤 시기에 반복되었던 나의 꿈의 내용이다. 밤의 방문객인 꿈을 나는 자주 맞는다. 그 중 생생하고 반복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여겨 꿈 일기에 적어 왔다. 이미지를 여러번 떠 올리며 자유연상을 하며 꿈이 나에게 말해주려 하는 것을 깨달으려 애 쓴다. 꿈의 미지들은 사실 비논리적이고 황당하다. 야릇한 형식이고 도덕성이 의심되며 부조리하며 애매하다. 하지만 가치가 없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낮의 세계와 지하세계가 교차하는 장소'인 꿈은 무의식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령한 메세지이다. 삶이 한 쪽으로 치우칠 때 깨닫고 교정하라고 은밀히 속삭여주는 길잡이다. 의식과 생각의 찌꺼기인데 지나친 의미 부여일까..

 매일 맞아야 하는 이 손님은 그림자 같고 유령 같다. 자신은 꿈을 꾸지 않는다, 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그 수면에는 꿈이 있다. 단지 기억을 못 할 뿐이다. 수면은 얕은 잠, 깊은 잠, 그리고 꿈의 단계로 구성이 되어 하루 밤에 몇 번을 반복한다. 꿈은 REM(rapid eye movement)단계라고 하는데  꿈을 꾸는 모습을 보면 눈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깊은 수면과 달리 뇌가 활동을 하며 생체작용이 각성 시와 비슷하다. 도망가고 공포를 느끼며 죽거나 살아나기에 심장은 격렬하게 뛴다. 가끔 꿈을 꾸다 소리를 지르거나 옆 사람을 치는 경우까지 있어 이것도 병인가요, 하며 진료실에 들어오는 분들이 있다. 꿈을 꾸는 내용대로 우리가 움직인다면 큰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뇌에서는 수면 중에는 몸을 마비시키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것이 부족한 사람과 같이 자는 이는 조심해야 한다. ‘가위 눌린다’의 수면마비는 의식만 살짝 깨고 몸이 깨지 못했기에 오는 현상이다. 꿈만 꾸다 깨어났다고 느끼는 것은 REM단계가 좀 길고 이 단계에서 깨었을 경우이다. 어느 누구도 무의식의 전령인 꿈을 피할 수 없다.

  꿈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데 우리가 모를 뿐이다. 내 꿈 일기를 보면 필체는 지렁이이고 가는 방향도 삐뚤삐뚤하다. 잠에서 깨면 머리맡의 공책을 끌어다 제대로 눈도 뜨지 않고 쓰기 때문이다. 일어나서 의식이 주인이 되면 꿈은 달아나 버린다. 엎드려 쓰는 비몽사몽의 기록이다. 이를 여러 번 보며 연상해도 그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고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프로이드는 저작 <꿈의 해석>에서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했다. 꿈은 소원성취의 기제인데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소망이라 압축되고 왜곡되게 가공된 것이라고 했다. C.G.Jung은 꿈은 우리에게 무의식과 의식의 조화와 통합을 위하여 내면상황을 전체 정신이 상징적으로 그려주는 정신의 보고라고 하였다. 집단이 꾸는 꿈은 신화Myth이니 내가 꾸는 꿈은 나의 신화일 것이다. 프로이드와 융이 권유한 것처럼 꿈을 해석할 때 이미지에 정해진 해석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빨이 빠지는 꿈, 이라 하여 이빨은 가족을 상징하고 신체훼손은 결별이나 좌절을 의미한다 하여 가족을 잃을 수도 있다는 류의 해석을 고집하는 꿈에 대한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이빨이 연상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빠질 때 어떤 감정인지, 그 이미지들에서 이어지는 다른 이미지나 직관적인 느낌이 무엇인지가 의미가 있다. 이빨이 소중한 신체나 가족이 아니라 살아가던 자신의 방식이나 습관을 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빨이 빠지는 것은 낡은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삶의 태도로 건너 뛸 시기라는 것은 은유하는 것이다. 앓던 이를 빼라는 것이다. 

  꿈은 삶의 이면을 그려내는 작가이다. 이 작가는 '노년'을 말하고자 할 떄 칠판에 '노년'이라고 쓰는 것이 아니라 노년을 은유하는 그림을 그린다. 무대에 '흔들의자'를 올려 놓는 연출을 한다. 정신분석가 '로버트 존슨'은 이처럼 꿈을 표현하면서 우리의 내적 경험을 다중 적이고 다면적이며 상징적으로 압축한 것이라고 하였다. 삶의 육화가 꿈이라는 것이다. '꿈 탐험가'라 불리는 신학박사 제레미 테일러는 저작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에서 꿈이 우리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놀라운 열쇠임을 보여주었다. 꿈에서 암을 발견해 목숨을 건진 여인이라든지 작은 꿈의 편린으로 운명이 바뀌는 신학생 등의 사례를 들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미지의 여정으로의 안내자라고 하였다. 진화의 연습장이 꿈이라는 그의 말에 동감한다. 

  서문에 열거한 나의 꿈 내용은 무척 힘들었던 시기에 꾸었던 것들이다. 그 당시 느낌과 의미는 나름대로 해석되었다. 당시 난 만성정신질환을 앓는 입원환자분들을 10년 가까이 지료하는 봉직의사로 지내고 있었다. 오랜 난치병으로 그들을 황폐하게 만들고 치료자를 무력하게 하였다. 연고자가 없는 분들은 평생  퇴원이 안될 수도 있는데 병원은 이 분들을 대상으로 나라에서 돈을 받고 있고 난 월급을 받고 있었다. 무표정하고 무기력하며 불행한 그들을 매일 보면서 난 죄스럽고 무기력하고 우울증은 심해져 갔다. 그 꿈들은 현실에 안주하다 자책하는 나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길을 잃고 같은 길을 돌기만 하는 나에게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노골적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피할 수 없는 마음의 메신저로 꿈은 나타난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이미지로 나의 밤에 찾아온다. 그 때 난 병원을 사직하고 개인의원을 차렸다. 그 뒤 꿈은 잿빛에서 밝은 색으로 달라졌다. 하지만 골목, 가야 할 길, 계단,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 등은 여전하다. 오늘의 마음의 진화가 내일의 꿈의 내용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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