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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닥터컬럼

제목

가정폭력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작성자
마인드닥터
작성일
2009.04.15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2667
내용

정신과 질환 중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것이 있다. 의학적 정의로는 심각한 심리적 충격 이후에 그 상처가 집요하게 떠오르고 불안하고 우울하며 생활에 장애를 초래하는 증후군이다.

이 장애는 현대사회에서 재난발생이 증가하면서 생겨났고 재난정신의학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 그리고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인 광주항쟁까지 얼핏 떠오르는 사건만 꼽아도 꽤 많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가운데는 재난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

아비규환의 생생한 기억들이 수시로 떠오르면서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 재난으로 인한 것은 아닌데도 그 못지않은 심리적 후유증을 앓는 환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방어할 힘이 없는 어린 시절, 가정의 울타리 안팎에서 끔찍한 경험을 가진 경우다.

술에 취해 욕설을 하고 가스통과 라이터를 들고 같이 죽자고 하는 등의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의 고통은 어떤 면에서는 대형참사 현장에 있었던 사람보다 더 심각하며,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재난에서의 생존자는 누구나 안타까이 여기며 위로를 해주며 사회적으로도 그 고통에 공감해준다. 또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성폭력이나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개인의 문제일 뿐, 사회적 공감을 일으키는 희생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해내는 방법을 찾아내기가 몹시 어렵다. 게다가 그러한 상처들이 지금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모를 수도 있는 것이 더 심각하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핵심 심리는 분노다.

당할 때 저항을 못했을수록 분노는 오랫동안 더 심하게 마음 속에서 널뛴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왜 이런 분노가 있는지, 대인관계가 왜 이렇게 힘든지를 모르고 그저 자신의 성격으로만 여긴다.

때론 우울증의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밑바닥의 분노는 사회생활에서 곧잘 상대를 향해 터진다. 그로 인해 후회와 자학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억제하거나 위축되기도 한다. 괴로운 마음으로 술에 의존하고, 술이 억제를 풀어주면서 분노가 튀어나와 아이와 배우자에 대한 폭력으로 표출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폭력의 대물림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심리적 외상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정의 행복은 그 지역사회 정신건강의 바로미터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많은 도시는 그 지역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울산시가 이런 문제를 가정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건강한 도시 만들기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받아들이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현재 울산지역에도 여성과 아이를 위한 상담과 치료를 위한 도우미들이 있다. 청소년상담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여성의전화 및 성폭력상담소, 생명의전화 및 가정폭력상담소, 여성쉼터, 청소년쉼터, 성폭력-가정폭력방지를 위한 원스톱지원센터 등이 있다.

이들은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110만을 넘어선 광역시의 규모로서는 여전히 부족하며 보다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특히 자살예방센터와 가정폭력방지센터 등의 확충이 절실하다. 또한 이런 기관들을 연결하여 일원화를 이룰 수 있는 중추센터와 시스템도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 스스로 제각각 가족관계에 대해 평가를 해볼 필요도 있다. 가족 모두 서로에게 이어진 소통의 길이 잘 닦여져 있는지, 다른 가족원을 통해야 의사전달이 되는 것은 아닌지, 양방향이 아니라 일방적이지는 않는지, 잘 듣고 있는지를 점검해볼 때이다.

톨스토이는 ‘모든 행복한 가정들은 서로 닮은데가 많다. 그러나 모든 불행한 가족은 그 자신의 독특한 방법으로 불행하다’고 했다.

( 경상일보 '경상시론' 2009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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